이 책도 참 좋았다. 그런데, 그냥 설교 같은 느낌이다. 설교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향해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말하는 것이라면, 책은 특정 대상이 정해져 있으며 어떤 주제에 대해 그 독자층에 맞는 난이도를 가지고 서술하는 것인데, 전병욱 목사님의 책들은 그런 느낌이 안 든다. 그냥 설교를 장과 절로 잘 분류해서 기록한 느낌이다. 내용들은 물론 좋다. 형광 펜으로 칠하면서 나중에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한 부분도 많다. 깨닫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책 같은 느낌이 안 든다.
"깊은 통찰 가운데 진하게 우러나와 가다듬고 또 가다듬어 쓴 책"이라는 느낌은 잘 안 드는 게 나의 개인적인 견해다. 전병욱 목사님을 보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찍어"내시는 것 같은데, 그 정도 속도면 그런 책인 게 당연한 것 같다. 오랜 시간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 이라기보다, 박스에 20개씩 담아 파는 녹차 티백 같은 느낌이랄까? 가볍게 마시기 참 좋다. 입에도 좋고 몸에도 좋은 느낌이다. 그런데 잠깐이다. 기독 고전 서적들을 읽기 시작하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종이 한 장이 그렇게 안 넘어갈 수가 없다. 그런데 그 가운데 커다란 해머로 머리를 내려 치는 듯한 충격과 깨달음들이 가끔 있다. 그것들은 내 삶과 가치관을 뒤흔든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은 이런 류의 책들 위주로만 읽는 것 같다. 나도 그랬지만, 고전이라 불리는 것들을 한 권 두 권 읽다 보니 깨닫게 된다. 고전이 왜 고전인 것인지. 왜 다들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지.
그렇다고 전병욱 목사님의 책들을 싸그리 잡아서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책들이다. 우리에게 유익하다. 하지만 그 유익의 모양과 종류는 다양하다. 전병욱 목사님의 책들이 줄 수 있는 유익이 있고, 다른 책들이 줄 수 있는 유익이 있다. 하지만 자기 입에 달게 여겨졌던 것만 계속 따라가다 보면 여러 면에서 불균형에 휩싸일 수 있다. 당장 입에 쓰더라도 책을 골고루 읽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책 정보 *
지은이 : 전병욱
출판사 : 규장
ISBN(13) : 978896097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