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08

감상] 권능 - 전병욱


전병욱 목사님의 “권능”을 선물 받았다. 전병욱 목사님의 설교 mp3 를 다운받아서 여러 차례 들었던 경험으로, 설교를 참 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말씀하시는 방법 자체가 매우 간결하고 힘이 있다. 내가 고치고자 하는 부분이 문장을 길게 쓰는 것인데, 목사님은 그렇지 않다. 아주 짧은 문장으로 끊어서 말씀을 하시니,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고 좋다.

이 책도 참 좋았다. 그런데, 그냥 설교 같은 느낌이다. 설교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향해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말하는 것이라면, 책은 특정 대상이 정해져 있으며 어떤 주제에 대해 그 독자층에 맞는 난이도를 가지고 서술하는 것인데, 전병욱 목사님의 책들은 그런 느낌이 안 든다. 그냥 설교를 장과 절로 잘 분류해서 기록한 느낌이다. 내용들은 물론 좋다. 형광 펜으로 칠하면서 나중에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한 부분도 많다. 깨닫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책 같은 느낌이 안 든다.

"깊은 통찰 가운데 진하게 우러나와 가다듬고 또 가다듬어 쓴 책"이라는 느낌은 잘 안 드는 게 나의 개인적인 견해다. 전병욱 목사님을 보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찍어"내시는 것 같은데, 그 정도 속도면 그런 책인 게 당연한 것 같다. 오랜 시간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 이라기보다, 박스에 20개씩 담아 파는 녹차 티백 같은 느낌이랄까? 가볍게 마시기 참 좋다. 입에도 좋고 몸에도 좋은 느낌이다. 그런데 잠깐이다. 기독 고전 서적들을 읽기 시작하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종이 한 장이 그렇게 안 넘어갈 수가 없다. 그런데 그 가운데 커다란 해머로 머리를 내려 치는 듯한 충격과 깨달음들이 가끔 있다. 그것들은 내 삶과 가치관을 뒤흔든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은 이런 류의 책들 위주로만 읽는 것 같다. 나도 그랬지만, 고전이라 불리는 것들을 한 권 두 권 읽다 보니 깨닫게 된다. 고전이 왜 고전인 것인지. 왜 다들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지.

그렇다고 전병욱 목사님의 책들을 싸그리 잡아서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책들이다. 우리에게 유익하다. 하지만 그 유익의 모양과 종류는 다양하다. 전병욱 목사님의 책들이 줄 수 있는 유익이 있고, 다른 책들이 줄 수 있는 유익이 있다. 하지만 자기 입에 달게 여겨졌던 것만 계속 따라가다 보면 여러 면에서 불균형에 휩싸일 수 있다. 당장 입에 쓰더라도 책을 골고루 읽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책 정보 *
지은이 : 전병욱
출판사 : 규장
ISBN(13) : 97889609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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