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5

감상] More Than Conquerors

주기철 목사님은, 목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시고, 그 중에서도 신사 참배에 대한 투쟁을 결심하셨다. 그리고 30대 초의 젊은 나이 때 “감히” ‘신사 참배 반대 결의안’ 이라는 것을 경남 노회에 정식으로 제출함으로 일본에 대한 첫 도전을 하셨다. 그리고 목회자들을 위한 수양회 때, ‘예언자의 권위’ 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셨는데, 일본 경찰들이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레미야가 회개하라고 눈물로 외쳤는데 당신들은 오히려 악에게 아첨만 하고 있느냐고 목회자들을 강하게 꾸짖으시며 설교하셨다. 그 내용이 너무나 강했기에 일본 경찰들이 설교를 중단시키고 그 수양회를 강제 해산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산사 참배 반대 데모의 배후라는 이유로 첫 번째 구속을 당하시고, 신사 참배 찬성 결의를 하게 하기 위해 두 번째로 구속을 당하시며, 그 이후에도 수없이 많이 구속을 당하셨다. 그 때 주 목사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사모님과 교인들의 끊임없는 기도였던 것 같다.

일본 경찰들은 주 목사님을 파면시키려 산정현 교회의 장로들에게 압박을 가했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예배 도중 일본 경찰들이 새로운 목사들을 데려다 놓고 예배를 진행하게 하였지만, 성도들은 그들을 무시한 채, 양재현 안수 집사의 인도에 따라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라는 찬송만 계속 불렀다. 그래서 결국 일본 경찰들은 산정현 교회를 폐쇄하기 까지 했고, 주 목사님 가족을 목사관에서 내쫓기까지 했다.

그 후에도 수많은 고난을 당하시고 수차례 구속 받으셨다. 수감되어 있으시면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문을 당하시고 괴로워하셨다. 곧 주 목사님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고, 형무소 소장이 주 목사님의 병원행을 강권하였으나, 주 목사님도 이를 거부하고, 사모님께서도 ‘당시는 꼭, 꼭 승리하셔야 합니다. 결단코 살아서는 이 붉은 문 밖을 나올 수 없습니다.’ 라는 말로 목사님의 순교에 대한 의지를 더욱 굳게 하여주셨다. 결국 사모님과 주광조 장로님이 함께 한 마지막 면회가 끝나고 5시간 후에 목사님은 숨을 거두셨다. 1944년 4월 20일이었다.




다른 과목 과제를 위해 중앙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펼쳤다. 과제를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리길래 그 동안 뭘 하며 시간을 보낼지 생각하다가, 가방 속에 있던 “More Than Conquerors, 나의 아버지 순교자 주기철 목사”를 꺼내게 되었다. 설치가 끝날 때까지만 조금 읽고 나중에 마저 읽을 생각이었지만,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지금 이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게 될 것을 예감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일제 강점기에 주기철 목사님이라는 분이 계셨고 신사참배에 항거하시다 순교하셨다라는 것이 내가 알고 있던 주기철 목사님에 대한 전부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주 목사님께서 어떻게 일제에 저항하시고 신앙을 지키셨는지 알게 되면서 내 마음이 뜨거워졌고 또한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네” 한마디 혹은 고개 끄덕거림만으로 모든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수난을 생각하며 끝까지 이겨내시는 그 모습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말씀이 떠올랐다. 히브리서 저자는 12장 1절에서 “너희가 죄와 싸우되 아직 피흘리기까지는 대항하지 아니하고” 라는 말씀을 통해 우리가 피를 흘리기까지 죄와 싸우고 대항하여 함을 알려준다. 단순히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죄와 싸우기 위해서는 피를 흘릴 정도의 고통과 고난이 따라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난 연약한 인간이니까’ 하는 알량한 마음으로 죄와 쉽사리 타협해 버리는 게 나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많은 죄와 싸우고 많은 죄를 대적하지만, 나만의 연약한 영역에 있어서 만큼은 너무나 무력하게 칼을 칼집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벌써 넘어져버리는 나의 모습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주 목사님도 나와 같은 인간이고, 주 목사님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 동일하게 나와 함께 하시는데, 내가 내 죄악들을 이겨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단지 차이점은 나는 주 목사님처럼 피를 흘리기까지 대항하지 않았을 뿐이다.

나의 삶에 그리스도를 따름으로써 겪게 되는 시련과 고난이 있는가? 책을 읽으며 나에게 계속 떠올랐던 질문이었다. 아마 없는 것 같다.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삶에 게을렀던 나의 모습을 단번에 지적해주는 질문인 것이다. 주 목사님의 삶이 죄와의 철저한 싸움이었던 반면에, 나의 삶은 꽤나 평온해 보인다. 좋지 않은 평온함이다. 죄와 싸우고 고난과 싸우느라 피를 흘리고 힘겹게 신음하여 기도하며 마침내 승리함으로 기뻐 찬양하는 일들이 내 삶 속에 있어야 한다. 전도하다가 욕도 먹고 모욕도 당해야 한다.

내 영어 이름이 Paul 이다. 어학연수 당시 영어 이름을 만들려고 영어 성경을 뒤지던 중에 마음에 들어서 골랐던 이름이다. 한 달 전에 교회에서 있었던 부흥회 때 주님께서 “내가 괜히 Paul(바울)이라는 이름을 네게 준 것이 아니다” 라는 음성을 주셨다. 전도하지 않는 나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지적이자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책을 통하여 나에게 또 한번의 큰 도전이 찾아온다. 나는 그냥 쉽게 쉽게 살다가 평범하게 천국 갈 것인가, 아니면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이나 맞으며 온갖 죽음의 위기 가운데 구사일생하면서도 틈틈이 전도하는 그런 바울의 삶을 따라 갈 것인가.

책을 읽는 동안 자꾸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참느라 힘이 들었다. ‘내가 저런 삶을 살아야 하는데, 하나님 난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요?’ 내 삶 속에서 틈틈히 전도하며 복음 전하기에 힘을 쓰길 원한다. 아직 전도라는 것을 제대로 해 본적 없는 부끄러운 나이지만, 이제는 변화하기 원한다. 변화 될 것이다. 내 안과 밖의 모든 죄악과 피 흘리기까지 맞서 싸우며,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온갖 고난과 수모도 마다하지 않는 내가 될 것이다. 전쟁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주님께 속했기 때문이다.


* 책 정보 *
지은이 : 주광조
출판사 : 대성닷컴
ISBN : 9788995490433

댓글 없음:

댓글 쓰기